반셀프 인테리어보다 외로움이 더 힘든 순간 (끝, 혼자 버티기, 현타)

반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공사 막바지라고 답합니다. 철거할 때도, 타일 붙일 때도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이사청소 팀이 오기로 된 전날 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폐기물을 정리하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반셀프를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반셀프 인테리어보다 외로움이 더 힘든 순간


공사 끝나면 다 끝난 줄 알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반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고된 단계는 철거 작업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철거(撤去) 공정, 쉽게 말해 기존 마감재와 설비를 뜯어내는 단계는 소음도 크고 먼지도 심해서 체력 소모가 큰 편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철거는 업체가 함께 있고, 뭔가 눈에 띄게 진행되니까 오히려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이었습니다. 시공이 끝난 집 안에는 보양지(保養紙)가 그대로 깔려 있었습니다. 보양지란 공사 중 바닥이나 벽면이 긁히거나 오염되지 않도록 덮어두는 보호용 자재를 말합니다. 두꺼운 종이 재질부터 폼 형태까지 종류도 여러 가지인데, 공사가 끝나면 전부 걷어내야 합니다. 제 몸집보다 훨씬 큰 보양지 뭉치를 접고 묶고 옮기는 일을 혼자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자잘한 건설 폐기물(廢棄物)이 곳곳에 쌓여 있었습니다. 건설 폐기물이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자재, 포장재, 파손된 마감재 등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것들은 그냥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으면 안 되고, 품목에 따라 분리배출 기준이 다릅니다.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건설 폐기물은 혼합배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분리 작업이 필수입니다(출처: 환경부). 처음에는 두세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새벽이 넘도록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혼자 버티기가 체력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그 밤에 제가 가장 힘들었던 건 몸이 아니었습니다. 계속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왜 이걸 내가 혼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와서 같이 한쪽 끝만 들어줘도 좋겠다는 생각, 전화 한 통이라도 와서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용했습니다.

반셀프 인테리어의 핵심은 감리(監理) 없이 시공 과정 일부를 직접 책임진다는 구조입니다. 감리란 공사가 설계 도면과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전문가가 확인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말합니다. 완전 셀프는 모든 걸 직접, 완전 업체 의뢰는 모든 걸 맡기는 방식이라면, 반셀프는 그 중간 어딘가입니다. 문제는 그 '중간'이 책임의 애매한 경계를 만든다는 겁니다. 일정이 밀려도, 자재가 늦게 도착해도, 폐기물이 쌓여도 궁극적으로 책임지는 건 저였습니다.

반셀프를 해보면서 실제로 소진되는 자원을 정리해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1. 체력: 보양지 수거, 폐기물 분리, 자재 운반 등 예상보다 많은 육체노동이 포함됩니다.
  2. 시간: 업체 일정 조율, 자재 수급 확인, 직접 처리해야 하는 잡무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집니다.
  3. 판단력: 매 단계마다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의 결과도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4. 감정: 혼자 버티는 순간의 외로움과 현타는 어떤 유튜브 영상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반셀프를 돈 아끼는 방법으로만 이야기하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설명이 절반밖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비용 절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가장 많이 소진되는 건 정신력이었습니다.

그날의 현타가 결국 남긴 것

모든 폐기물 정리가 끝났을 때 제가 처음 느낀 감정은 성취감이 아니었습니다. 허탈함이었습니다. 새벽 공기를 맞으며 마지막 종량제봉투를 들고나가면서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감정이 현타(現打), 즉 현실자각타임이었는데, 이게 꽤 오래 남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날이 이상하게도 기억에 가장 선명합니다. 공사 사진보다, 완성된 공간 사진보다 그날 새벽이 더 잘 기억납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거 만족도 관련 자료를 보면, 직접 공간을 개선한 경험이 있는 거주자일수록 해당 공간에 대한 애착도가 높다는 분석이 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제가 그 허탈한 새벽을 기억하는 이유가 어쩌면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반셀프 인테리어 콘텐츠를 보면 대부분 완성된 공간이나 공사 중 재미있는 장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해보니 이 과정의 본질은 집을 꾸미는 것보다 혼자 끝까지 책임지는 경험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외로움도 오고 현타도 오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다시 보게 되는 순간도 생깁니다. 그게 반셀프의 진짜 속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계획 중이라면, 공사 일정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와 마무리 정리까지 일정에 반드시 포함시키시길 권합니다. 그 마지막 단계가 생각보다 훨씬 크고, 혼자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가능하다면 마무리 작업만큼은 손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을 미리 구해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처럼 새벽에 혼자 보양지 끌다가 현타 맞지 않으려면 말이죠.

--- 참고: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C%9D%B8%ED%85%8C%EB%A6%AC%EC%96%B4+%ED%8F%90%EA%B8%B0%EB%AC%BC+%EC%B2%98%EB%A6%AC+%ED%9B%84%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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